도저히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김연아의 연기가 끝났다.
진짜 끝이다..
벤쿠버 이후 은퇴를 고민하던 그녀가 정말 그대로 은퇴해버릴까봐 조마조마했는데..
그렇게 4년을 버텨... 정말 끝이 났다..
피겨에 관심도 없었고 여전히 다른 피겨 선수들의 연기가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김연아만큼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은 지식이나 이해를 넘어서서 모두에게 똑같이 느껴진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게 해줬다.
한 분야의 경지에 다달으면 문외한이 봐도 그 차이를 느낀다.
김연아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그녀의 연기를 더이상 볼 수 없다.
아.. 너무 아쉽다..
김연아의 연기를 보며 즐거워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이 분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바로 다음 일토방의 anitya 님이다.
이 분 글을 접하게 된 것도 매우 우연한 기회였지만
거쉰의 트랜지션에 대한 글은 내가 김연아를 공부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저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을 땐
그녀가 은퇴를 염두해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니 얼마나 조마조마 했던지..
그래도 왠지 다시 돌아올 것 같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고,
결국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김연아 자신은 다시 빙판에 서는것이 고통스러웠다고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 보고 싶은 나에겐 4개의 아름다운 클린프로그램이 생겨서 퍽 만족스럽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녀의 클린 연기를 기뻐하고 다시 볼 수 없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매우 불순한 심판판정에 분노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아디오스 노니노의 음악에 좋아졌는데..
이번 시즌의 첫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클린 연기를 온전히 느껴보기도 전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나는 올림픽 전에 그녀가 클린 연기만 해준다면 메달이 어떤 색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의 연기를 그 어떤 흠도 없이 보여주기만 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난 그 연기를 두고두고 즐겨야지 하면서..
물론 여기엔 그러기만 한다면 점수를 따라오겠지라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점수가 발표되니 화가 났다.
저렇게 어려운 동작들을 너무도 쉽게 해내고 12개의 과제들이 물 흐르듯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완성하며
동작 하나하나가 점수로 환산되고 감성적이며 예술적인 그런 연기가 저런 애송이 연기보다 못하다고 평가하다니..
하지만 감정이 좀 가라않고 나니..
김연아의 피겨는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겨의 불모지에서 태어나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마오를 실력으로 꺾고 최정상의 자리에 섰다가
자신의 후배들을 위해 다시 올림픽에 나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약소국에게 두 번의 금메달을 내어 주지 않겠다는 유럽과 홈버프받은 어린 선수에게 지는..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이어서 더욱 아름답고 잊혀지지 않을.. 그런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면 김연아의 피겨인생은 자신의 프로그램과 참 많이 닮았다..
지독하게 아름답다.. 끝까지...
이젠 정말.. 안녕이다..
고맙고.. 즐거웠다..
안녕.. 연아..